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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배틀 로얄', 영화가 원조

by 김도핑 posted Mar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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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배틀 로얄'이란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요. 그 원인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 게임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배틀 로얄'이 사실은 영화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신가요?

 


배틀 로얄이 도대체 뭐야?

 

우선 사전에서 찾아볼까요? 영어로 ‘배틀(battle)’은 꽤나 쉬운 단어죠. ‘로얄(royal, royale)’은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왕가나 귀족 그런 인식이 있을 겁니다. 로얄 패밀리와 같은 것 말이죠. 영영 사전을 좀 더 뒤져보면 정말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에요. 그런데 그 중 ‘싸움’과 관련된 의미가 있더군요. 간단히 다시 정리해 보면, ‘여러 사람이 한데 뭉쳐 싸우는’ 정도의 의미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여러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싸움을 벌여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최후의 1인이 승리하는, 경기 또는 게임의 방식’이라고 아시면 되겠습니다.

WWF 아시나요? 지금은 WWE로 이름이 바뀌었죠. 프로 레슬링에서 무려 60명의 레슬러들이 한 링에서 난투를 벌여 최후의 승자를 뽑는 경기. 딱 그거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겁니다.

 

헉!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 @.@

 

 


배틀 로얄, 게임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다

 

영화 이야기를 하기 앞서 ‘배틀 로얄’이란 단어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배틀그라운드'란 게임입니다. 정식 명칭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입니다. ‘플레이어언노운’은 이 게임의 메인 개발자인 브렌던 그린의 닉네임이기도 합니다.

 

2017년 배틀 로얄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

 

게임 방식은 앞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플레이어는 이름 모를 섬, 하늘에서 자유낙하를 하다가 적당한 장소에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면서 곳곳에 랜덤으로 놓여진 각종 장비나 무기, 탄약 등을 주워 가며 경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게임이 무작정 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출입금지 지역이 설정되어 있고, 자동적으로 경기 구역은 계속 좁아집니다. 그렇게 서로 죽고 죽이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플레이어가 우승을 하게 되는거죠.

 

무기, 보급품, 탈것을 총동원한 배틀 로얄 체험을 만끽할 수 있는 '어른이랜드'인 셈입니다.

 

2017년 말 정식 출시, PC 플랫폼으로 판매량 약 2,900만장, XBOX ONE 타이틀로 400만장 가량 판매되며 가히 놀라운 인기를 증명해 냅니다.

게임을 실제 즐기거나 방송을 즐겨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게임의 승리 메시지인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일본은 ‘이겼다! 오늘 저녁은 돈까스다!인데, 이건 이겼다의 일본어 표현인 ‘카츠’가 돈까스의 일본어 표현 ‘카츠’와 같은 걸 이용한 말장난입니다^^)이 유명세를 탈 정도였고, 게임 중에 얻을 수 있는 무기 중의 방탄 프라이팬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플레이 방식을 지닌 '포트나이트'가 등장해 '배틀그라운드'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로는 '배틀그라운드'를 넘어선 340만명을 기록했다고 할 정도인데요, 아무튼 현 시점에서 배틀 로얄 장르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두 게임이 분명합니다.

 

 

'배틀 로얄'에 새로운 매력을 더해 성공한 포트나이트.

 

 

특히 '포트나이트'는 서바이벌 뿐만 아니라 협동 모드를 내세우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지도 상에 있는 자원을 채취, 건물이나 쉘터 등을 건설해 이 지형지물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이를 가지고 팀원들과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구요.

 

 

채집을 위한 곡괭이를 들쳐매고 총 쏘는 것이 코믹 포인트? 실제 게임화면도 이런 스타일입니다.

 

배틀 로얄의 원조는 역시 영화!!

 

자, 이젠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원조’ 배틀 로얄 영화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군요. 이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2000년 개봉한 '배틀 로얄'은 일본의 소설가 타카미 코슌의 동일 제목 소설 ‘배틀 로얄’을 영화한 것으로, 실업률이15%에 육박하는 혼란한 일본 사회에서 원치 않은 '배틀 로얄' 게임에 동원된 중학교 3학년 어느 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교권은 바닥까지 추락하고 학생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의 가정은 거의 파탄 지경까지 이르러 친구들끼리의 화기애애한 교실은 볼 수 없는 암울한 배경이죠. 원작 소설의 배경은 군국주의가 극한에 이른 가상의 일본인데, 영화에서는 배경이 약간 변경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인성을 강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정신교육이라고 할까요? 새로 제정된 신세기교육개혁법(이른바 BR법) 실행의 일환으로 매년 학교의 한 학급을 골라 학생들을 외딴 섬에 가두고 규칙에 따라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하도록 합니다.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배틀 로얄'인 셈이죠. 딱 보면 폭력을 사용해 반항심 넘치는 아이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극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촬영 당시는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당당한 중견배우가 된 분의 얼굴이 보이는군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괴이한 이러한 설정이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을 불쾌하게 하긴 했지만 친구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마는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심리와 행동의 변화를 솔직하게 보여준 바 있습니다.

또한 설정이 극적이긴 하지만 마치 생존 경쟁과 같은 가혹한 입시경쟁에 내몰려 있는 일본 교육계의 현실을 충격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원작 소설에 대해서는, 역시 비슷한 '배틀 로얄'을 소재로 소설을 쓴 바 있는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이 극찬할 정도였다고 하죠.

 

원치않은 살인마가 되어야 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배틀 로얄의 매력을 살린 헝거 게임 시리즈

총 3편으로 완결된 작가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 ‘헝거 게임’을 영화한 것이 헝거 게임 3부작입니다(마지막 3편은 파트 1, 2로 나누어 개봉했죠). 2012년 ‘헝거 게임: 판앰의 불꽃’이 그 시작이었죠.

 

포스터는 시리즈 마지막 편인 '헝거 게임: 더 파이널'(2015)

 

사실 필자가 보기에는 헝거 게임쪽이 '배틀 로얄'의 설정과 배경을 더 확장,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 나름의 독창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주인공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의 활을 당기는 멋진 포즈를 보고 중세 판타지물인 것으로 생각했다가 실제 영화를 보면서 크게 뒤통수를 맞기도 했죠.

헝거 게임은 가상의 국가 ‘판앰’이 배경으로, 판앰은 수도인 캐피털과 그 주변을 둘러싼 13개의 구역(District)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13개의 구역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곧 진압되었고 더 이상 캐피털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매년 각 구역의 12세-18세 청소년 중 남녀 각 1명씩 뽑아 별도로 마련된 경기장에서 '배틀 로얄' 경기를 진행하는 ‘헝거 게임’을 개최합니다. 영화는 이 헝거 게임이 74회 째를 맞이하는 해, 12구역의 여자 대표인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 역의 제니퍼 로렌스, 그녀의 활약이 볼만합니다.

 

원래 캣니스 에버딘의 어린 여동생이 12구역의 여자 대표로 선정되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자원하게 되며 이 헝거 게임은 모든 구역 전체에 생중계되고 구역의 시민들은 반드시 이것을 시청해야 한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헝거 게임 자체에 대한 세밀하고 꼼꼼한 묘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게임 출연자의 스폰서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주변 인물들의 등장, 뛰어난 기지와 서바이벌 능력을 가진 캣니스 에버딘의 활약으로 죽은 줄 알았던 판앰에 반란의 불씨가 다시금 살아난다는 이야기의 확장성까지… 누구나 한번쯤 볼만한 시리즈 작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새로운 반란의 불씨가 되는 헝거 게임.

 

 

배틀 로얄에도 팀전이 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

'배틀 로얄'의 원래 룰, 최후의 1인이 승리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엉뚱한 초이스가 바로 이 ‘메이즈 러너’ 시리즈일 겁니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그렇구요.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일행이 누구도 자신이 원하지 않고 어느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내몰렸다는 점, 영화 내내 차고 넘치는 서바이벌 요소, 정해진 룰이 존재한다는 것 등 '배틀 로얄'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배틀 로얄 단체전이다! 메이즈 러너(2014).

 

메이즈 러너도 제임스 대쉬너라는 작가의 3부작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 역시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충실히 제작되어 얼마 전 마지막 3부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가 개봉했었지요. 여기서는 1편인 메이즈 러너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어느 한 청년이 물속에 갇혀있다가 빠져나오면서 리프트를 타고 지상으로 올려 보내집니다. 눈을 떠 보니 도착한 곳은 사방이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 이름을 포함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수십 명의 청년들이 맞이합니다. 공터에 대한 설명을 대략 듣고 이제부터 다짜고짜 여기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토마스’라는 이름을 겨우 기억해 냅니다.

 

1편의 유일한 여성 멤버인 트리사. 성장과정에서의 모든 기억을 뺏긴 청년들에게 대단히 괴이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

 

공터를 둘러싼 미로는 낮 동안만 출입구가 열리며 미로 밖에는 무시무시한 ‘그리버’라는 괴물이 서식하고 있어 미로 밖에 갇히면 살아남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일단의 청년들은 무리 중에서 기억력과 체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뽑아 ‘러너’를 선정, 지난 3년간 낮 동안 열린 미로를 헤매면서 지도를 그려놓았지만 출구는 발견하지 못 했을 뿐 아니라 매일 미로의 구조는 바뀌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으나 여기를 벗어나야 된다는 필사적인 사명감에 불타는 토마스는, 더 이상의 희망 없이 공터에 안주하려는 청년들과 대립하며 이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과감히 깨가며 탈출의 희망을 전파시킵니다. 결국 많은 희생을 거친 끝에 간신히 탈출한 미로의 바깥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펼쳐져 있죠…

 

청년들은 정체를 모르는 공포와 싸워가며 미로를 탈출해야 합니다.

 

이들은 태양의 폭주와 살인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의 위기에 몰린 인류 중에 남은, 바이러스에 항체를 가진 아이들이었고, 이들의 뇌 활동을 연구해 바이러스 면역 백신을 만들기 위한 실험장에 투입한 실험자들, 즉 ‘마루타’였던 셈입니다.

1편에 뒤이은 2, 3편에는 미로가 아닌 더 높은 레벨의 실험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2편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소설과는 완전 다른 전개라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배틀 로얄'의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들어있고 특히 매력만점 미청년들(특히 한국계 배우인 민호역의 이기홍이 주인공입니다)의 활약에 한국에서도 준수한 흥행을 기록했던 작품입니다.

 

살이 많이 쪘구나, 민호! ㅜㅜ

 


배틀 로얄은 이제 영화에서만!!

 
이번 원고를 쓰면서 불과 100년 남짓 지났을 뿐인 야만의 시절, 노예로 팔려간 아프리카 흑인들을 링에 몰아넣고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살육의 경기를 강제로 벌이게 하며 배팅을 하는 배틀 로얄의 기록화도 봤고, 헝거 게임 선정자를 추첨할 때 생기 없이 멍한 눈으로 응시하는 12구역의 시민들의 모습에서 옛날 나치의 광기가 절정에 달했던 유태인 강제 수용소의 모습이 이랬을까 하는 섬뜩한 경험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배틀 로얄'은, 인간의 상상에서 탄생하는 여러 가지 창작물에서만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배틀 로얄'의 진행 방식만 가져오는 스포츠의 의미로써의 게임으로만 만족하도록 합시다.

 

 

 

 

필자 ‘올드 파다완(Old Padawan)’
본인의 ‘인생 영화’를 스타워즈라고 생각하는 ‘초로(初老)’의 아재 덕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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